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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통해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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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상을 수상한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책 ‘학문의 즐거움’의 일부입니다. 끈기를 학습의 신조로 삼아 필드상을 수상하고, 하버드대 교수가 된 그는 이 책을 통해 삶 속에서 느낀 학문하는 즐거움과 기쁨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미리 남보다 두 세 배의 시간을 투자할 각오를 한다는 저자의 인생 이야기에서 평범하지만 꾸준한 노력의 진가를 느끼게 되는 수필집입니다.


"묻고, 듣고, 또 묻고"


여러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접하는 것은 스스로 모르고 있던 자신에 대해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내 경우에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나와는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같이 학문을 하는 사이에 스스로에게 숨어있던 자질을 찾아냈다. (중략) 나는 유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이학(耳學: 저자가 만든 말, 질문하고 토론하며 배우는 학습)을 할 수 있었다. 이학이라는 것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람과 접하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사고 방식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미국 사람들은 대체로 질문 하는 기술이 좋다. 사실은 기술이 좋다 라기 보다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지 질문 하는 습성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컬럼비아 대학에 있었을 때 만한 한 제자 생각이 난다. 멀리서 그의 모습이 보이면 교수들이 피해갈 정도로 만날 때 마다 질문을 해대는 학생이었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늦은 시간에도 교수에게 전화를 해서 한 시간씩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면접 시에 특이한 경력을 인정 받아 입학하긴 했지만 학업 성적은 컬럼비아 대학에 들어올 정도의 실력이 못 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질문은 대다수 전혀 조리가 맞지 않고, 초점이 없었다. 나도 대학이나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통하여 그의 왕성하긴 하나 시시한 질문에 몇 번이나 손을 들었다. 그런데 입학해서 2년 정도 지나니까 그는 더 이상 시시한 질문만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가끔 질문다운 질문을 할 때도 있었고 4학년이 되어서는 마침내 우수한 논문을 써서 학계 일류의 논문지에 발표할 정도로까지 성장하였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의 조교수를 거쳐 지금은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이 학생에게서 전형적인 예를 보듯이 미국에서는 질문을 통해 배운다. 일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질문’과 ‘시시한 질문’을 구별하고, 답을 알면서도 자기 재능이나 발상을 과시하기 위하여 질문 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사람들은 좋은 질문이나 시시한 질문에 상관없이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지 질문하고, 할 수만 있다면 질문만으로 다 배워 보겠다는 자세가 있다. (중략)국제화된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이 ‘이학’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